마우스의 발명
마우스는 엥겔바트가 발명하여 1967년에 특허 출원을 냈다. 하지만 당시 SRI가 해당 특허에 대한 가치를 잘 몰랐던 탓에 마우스 특허는 훗날 그 가치를 알아본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사들여 주인이 바뀌어버렸다. 이를 위해 지불한 비용이 고작 4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대형 컴퓨터 시대에 만들어져서 당시 지나치게 미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1970년대 이후 PC의 시대가 열리고도 한참을 지난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매킨토시와 윈도를 통해 꽃을 피우게 되었다. 마우스와 함께 엥겔바트의 최대 업적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1968년에 이루어졌다. 앞서 시연회 때 보여준 원격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그것이다. 그는 스튜어트 브랜드, 그리고 제록스파크연구소와 역사적인 이벤트를 계획하게 되는데, 컴퓨터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의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멀티미디어를 이용하여 개인이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격 데모 장치로서 현대식 프레젠테이션의 시초가 되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그가 만들어낸 여러 결과물들을 되짚어보면 놀랍다는 말도 모자랄 정도다. 마우스는 오늘날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에게 너무 당연한 디바이스이다. 하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컴퓨터를 다룰 수 없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공학자이거나 전문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 이용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엥겔바트는 컴퓨터의 발전 이상으로 사람들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인간과 미디어에 대한 관계에 큰 관심을 두었다. 사람이 기계인 컴퓨터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발명한 것이 바로 마우스이다.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데모도 마찬가지다. 당시 컴퓨터는 주로 과학연구나 금융권에서 활용하기 위하여 계산 또는 문서작성, 문서 인쇄 등으로 사용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컴퓨터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마우스를 활용한다면 훨씬 다양하고 멋진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데모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와 같이 컴퓨터를 이용한 발표나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이 탄생하게 된다.
그는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의 탄생에도 공헌했다. 하지만 너무 먼 미래에 둔 시선 탓인지 협업과 네트워크, 시분할 컴퓨팅 등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지만, PC의 물결이 불면서 젊은 제자들은 그와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의견 충돌을 자주 일으켰다. 결국 대세가 되어버린 PC 중심의 연구와 상업화된 기업들에 의해서 엥겔바트는 점점 잊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은 인터넷에 활성화되어 클라우드의 시대가 오면서 실체화되어 있었다. 엥겔바트는 진정한 미래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