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파크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즐겨한 스페이스 워는 실제로 과거 PC통신 시절에 텍스트 명령어로 게임을 했던 머드게임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다. 여러 사람들이 협업, 경쟁해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에서 스튜어트 브랜드는 미래의 사회상을 읽었다.
제록스 파크의 '파크'는 팔로알토 리서치센터의 약자로 1970년에 설립되었다. 2002년부터는 리서치 비즈니스 회사로 독립하여 PARC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PARC는 30개가 넘는 회사들의 차업에 관여했고 수많은 혁신을 창조하였다. 레이저 프린팅, 분산 컴퓨팅, 네트워크의 표준인 이더넷, 애플과 윈도를 있게 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그리고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위에서 언급한 기술 하나하나가 현대 정보통신 및 컴퓨팅 환경에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모회사였던 제록스는 레이저 프린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사업화에는 거의 성공하지 못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PARC연구소는 스탠퍼드대학이 있는 팔로알토에 자리를 잡아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되었는데, 이에 반해 제록스의 본사는 뉴욕에 세워졌다. 즉 제록스 본사는 PARC연구소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수행할 수는 있었지만, 본사와의 엄처난 거리는 PARC연구소에서 나온 수많은 연구 자산들을 제때에 상업화로 연결시키지 못하게 만드는 여인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실리콘밸리 주변에 있는 기업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1968년 캘리포니아의 시빅센터에서 합동 컴퓨터 콘퍼런스가 열렸다. 천여 명의 객석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그 자리에 흡사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특이한 차림의 인물이 발표장의 무대 위로 올라섰다. 머리에는 마이크폰을 썼고, 한 손에는 키보드, 다른 한 손에는 새로운 물건을 들고 말이다. 이 사람은 스탠퍼드연구소에서 온 더글러스 엥겔바트였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새로운 물건은 마우스였다.
마우스를 이용해 무대 뒤쪽 스크린의 텍스트를 하이퍼텍스트로 링크하자 화면의 창이 여러 개로 나누어지거나 관련 문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능이 연출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프레젠테이션 화면이라는 것은 슬라이드 활용이 고작이었다. 이날 그가 들고 나온 것은 원격 화상회의의 초기 장치라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으로서, 카메라 두 대는 발표회장에, 나머지 카메라는 스탠버드 연구소에 설치하여 한 화면 안에 같이 담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모두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시연'이라고 칭송하였다.
엥겔바트는 컴퓨터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상하는 데 연구의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컴퓨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도구로서 바로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마우스의 초기 형태를 만들었다. 또한 엥겔바트의 데모는 미디어를 이용한 현대식 프레젠테이션의 시초가 되었고, 오늘날 가장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학문 분야인 HCI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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