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멧칼프는 '로컬 네트워크의 아버지'라고 한다. 멧칼프는 1946년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MIT에서 전자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였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응용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MIT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그 일자리가 바로 아파 넷 프로젝트에서 MIT에 의뢰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1972년 아파 넷 콘퍼런스에서 그는 아파 넷을 이용한 19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팸플릿을 공개하고 데모를 하였다. 이때 AT&T에서 온 열 명의 전문가들 앞에서 기술과 시나리오를 실제로 시연하였는데, 팸플릿에 적은 것처럼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그만 시스템이 죽었다. 당시 기술은 완벽하지 않았고, 데모 프로그램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멧칼프에 따르면 이때 데모 실패가 당시 통신을 독점하고 있던 AT&T에게 한 가지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것은 패킷을 이용한 데이터 통신 방식이 전화에서 이용되는 회선 전환 방식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인식이었다. 어쨌든 아파 넷 프로젝트는 멧칼프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학위 논물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하버드대학에서 그의 논문이 '충분히 이론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학위 논문으로 인정이 되지 않았다. 그는 반발하였고 대학 측에서는 그를 더욱 권위적으로 압박했다. 결국 멧칼프와 하버드대학은 사이가 아주 나빠지게 되었다. 이때 그의 능력을 알아본 제록스파크연구소에서 멧칼프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파크연구소에 입사했다.
로버트 멧칼프의 새로운 박사학위 논문 아이디어는 하와이대학에서 연구 중이던 알로하 넷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이 네트워크는 데이터 전송을 위해 전화선을 이용하지 않고 전파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전파는 데이터 패킷이 두 군데에서 같은 채널을 통해 동시에 전송할 경우 서로가 서로를 간섭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하와이대학에서는 컴퓨터가 전송할 데이터가 있을 때 언제든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허용하고, 목적지 컴퓨터에서 패킷이 도착했다고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이용하였다. 패킷이 충돌하거나 도착 알림이 없으면 기다리는 시간을 매우 짧게 랜덤으로 기다리게 한 뒤 이를 넘을 경우 재전송하도록 설정했다. 이를 통해 같은 데이터가 계속 충돌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럴 랜덤 접근방법이라고 한다.
멧칼프는 잘못하면 지나치게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을 파악하여 개선하려고 했다. 결국 데이터 트래픽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을 조절하여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뒤늦게 그의 학문적 성취를 인정한 하버드대학에서 멧칼프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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