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운동의 시작

유닉스를 만든 켄 톰슨은 1966년 버클리에서 전기공학 학위를 취득하고 벨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다니던 당시 버클리대학은 자유언론운동의 발상지로 유명했는데, 버클리 캠퍼스에서 시작된 이 학생운동은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발언을 할 권리와 학술의 자유를 주장하였다. 이 운동은 버클리 캠퍼스 내부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이후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시민의 자유 권리를 부르짖는 운동으로서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벨 연구소를 다닌 켄 톰슨 또한 다른 동료들처럼 유닉스의 개발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상적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켄 톰슨은 1975년에 벨 연구소로부터 안식년 휴가를 받아 버클리로 돌아왔다. 이때 버클리에는 스물하나 나이로 미시간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버클리 대학원에 입학한 뛰어난 청년, 빌 조이가 있었다. 빌 조이는 버클리에서 몇몇 동료 대학원생들, 연구원들과 함께 벨 연구소의 유닉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클리 판 유닉스가 탄생했다. 이것은 버클리 소프트웨어 배포판으로 불리는 BSD 유닉스이다.

BSD 유닉스는 벨 연구소의 오리지널 유닉스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을 자랑했다. 그 이유인지 인터넷의 모태가 되는 미 국방부 고등 연구 계획국의 아파 넷 프로젝트의 기본 컴퓨터 환경으로 선택되었다.

1975년 버클리 캠퍼스에서는 비록 과거 자유언론운동의 정신은 잊혀갔지만, 대신 버클리로 돌아온 켄 톰슨은 자유언론운동의 정신을 또 다른 세계적인 운동으로 연결시키고자 생각을 확대해나갔다. 빌 조이 등이 있었던 에반스 홀 건물 4층에서는 켄 톰슨이 주재하는 유닉스 소스코드 강독회의개 수시로 열렸다. 수십 명에 이르는 서부 해안의 열성적인 개발자들이 그 회의에 참여하였고, 여기에서 오픈소스 운동이 싹이 트게 된다.

켄 톰슨은 비록 버클리로 돌아와서 자유언론운동을 다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그는 코드를 이용해서 민중에게 권력을 돌려주었다.

BSD 유닉스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소프트웨어 자체보다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이었다. BSD는 소수의 핵심 개발자들이 네트워크상 다수의 공헌자들의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오픈소스 개발 방법론'의 시초가 되었다.

BSD 유닉스가 탄생한 이후 유닉스는 다양한 변신을 하게 된다. 벨 연구소의 모기업인 AT&T와의 법정 소송을 겪게 되는 일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으로 새로이 개방된 운영체제의 역사를 쓴 BSD 유닉스에 대해 어떠한 법적인 책임을 물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1990년 초 지루한 법정 싸움 끝에 BSD 유닉스는 100퍼센트 자유롭게 배포 가능한 소프트웨어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FreeBSD, OpenBSD, NetBSD 등과 같은 여러 후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