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리눅스

IBM은 IT업계의 거대 기업이다. 파란색 로고를 빗대어 빅 블루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대. 하드웨어 사업을 통해 전 세계를 장악하고, 메인 프레임용 시장과 PC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다.

IBM은 이전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아웃 소싱한 이후 컴팩과 같은 IBM 클론 컴퓨터 벤터들의 ㅅ어장과 표준 운영체제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겨주면서 급격히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OS/2가 시장에서 실패하면서 IBM은 사실상 운영체제 시장에서 출수하고 만다.

IBM에게 있어 인터넷이라는 존재는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 운영체제에서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인터넷에 제대로 대처한다면 다시 한번 업계 리더로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제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권을 비롯한 거대 고객들의 시장마저도 잃을 수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와 클라이언트 컴퓨팅 환경, 그리고 웹 브라우저마저도 완전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서버와 기업용 시장 분야에서는 자바를 앞세운 신흥강자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약진이 눈부셨다.

IBM은 기업의 운명을 걸고 회사의 전략을 완전히 변경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다. IBM이 힘겹게 마이크로소프트와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을 때, 세계에서는 리눅스가 인터넷 해커 커뮤니티에 등장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IBM은 1998년부터 많은 인력들을 이용해서 리눅스를 포함한 각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체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웹 서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였다. 당시 IBM이 밀고 있던 도미노 서버가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서버 분야에 있어서는 웹 서버 기술이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아파치를 이끌고 있던 브라이언 벨렌 도르프를 직접 만나 아파치 프로젝트를 자기네 IBM이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렇지만 비영리재단 형식으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본격적인 오픈소스 웹 서버 개발에 들어갔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IBM은 자사의 주력 제품이었던 고가의 WAS 소프트웨어 웹스피어 제품군에 아파치를 도입하였다. 웹스피어는 시장의 환영을 받으며 순항하기 시작했다.

아파치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IBM은 본격적으로 오픈소스를 자사의 핵심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IBM의 상황은 낮은 하드웨어 가격으로 승부하는 신흥 하드웨어 강자로 떠오른 델과, 막강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썬 마이크로시스템스 사이에서 마치 샌드위치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아파치의 성공을 경험한 IBM은 과감하게 리눅스를 자사의 메인 성장 동력으로 채택하는 모험을 감행했다.